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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도 놀랐다…강남 한복판 '초대형 파도' 누가 만들었나보니

기사승인 2020.06.29  07:3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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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앞 '파도(Wavw)'가 전 세계적인 관심을 끌며 한국의 초대형 실감콘텐츠 기술력이 조명받고 있다. 코엑스 앞을 지나던 시민이 전광판에서 몰아치는 디지털 파도를 스마트폰에 담고 있다. 2020.5.25/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강은성 기자,정윤경 기자 =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 앞 '아티움' 외부에 설치된 대형 LED전광판에는 각종 브랜드 광고가 쉴틈없이 돌아간다. 최고급 자동차부터 고급 명품 브랜드까지 화려한 색감으로 전광판을 물들인다.


그러다 매시 정각과 30분이 되면 갑자기 이 전광판은 '초대형 수조'로 변한다. 수조 안에서는 문자 그대로 집채만한 파도가 잔뜩 성을 내며 몸을 일으켰다가 한 순간에 수조 벽면을 때리며 거칠게 부서진다.

길을 가던 시민들은 바쁜 걸음을 자기도 모르게 멈추고 그 거대한 물결을 넋놓고 바라보기 일쑤다. 수십만톤의 물이 당장에라도 수조를 깨고 쏟아져 나올 것 같이 역동적으로 너울대던 것도 잠시, 한순간 다시 화려한 광고판으로 바뀌고 나서야 보는 이들은 새삼 깨닫는다. "아, 내가 지금 본 게 진짜 파도가 아니라 영상 그래픽이었지!"

국내는 물론 외신들까지 감탄을 자아낸 초대형 실감형 콘텐츠 미디어아트 '웨이브'(파도)얘기다.



◇실력으론 따를자 없는데, 왜곡된 시장 구조로 창업자 자살까지

세계가 주목한 실감형 콘텐츠 웨이브를 제작한 곳은 직원 50명이 채 안되는 규모의 강소기업 '디스트릭트'(d’strict)다. 미디어 콘텐츠 업계에서는 실력과 아이디어로 중무장한 강소기업으로 정평이 나있다.

디스트릭트는 지난 2004년에 설립됐다. 매년 숱한 신생 콘텐츠 회사가 생겨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할 정도로 부침이 심한 콘텐츠 업계에서 16년차 업력을 이어왔다는 것만으로도 디스트릭트의 실력을 가늠할 수 있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게 아니라 살아남은 자가 강한 자라는 말이 있던가요. 저희가 그 경우에 해당되는지는 모르겠네요. 디스트릭트는 정말 '이 바닥'(콘텐츠 업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죽어라 버텼습니다. 요즘 젊은 친구들이 '존버'라고 하지요? 딱 저희가 그렇습니다. 오직 우리가 꿈꾸고 바라는 미디어 콘텐츠 제작. 이 한가지를 이루기 위해 정말 '존버 정신'으로 버텼습니다."

디스트릭트를 이끄는 이성호 대표(40)는 최근 <뉴스1>과 만난 자리에서 '웨이브'의 파도처럼 그야말로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냈다. 행여 '이런 발언이 그대로 기사화되면 시장이나 정부에 미운털이 박히지 않겠냐'는 기자의 걱정어린 반응에도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이 대표는 지난 16년간 디스트릭트의 여정에 대해 '죽어라 버텼다'고 한마디로 말했다. 그만큼 국내 콘텐츠 시장이 척박하고 살아남는 것 자체가 '미션'이 돼버린 혹독한 시장이라는 방증이다.

사실 이성호 대표는 '창업자'가 아니다. 그는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하고 국내 최고 회계법인 중 하나인 삼일회계법인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회계전문가'다.

회계사가 되기 전, 디스트릭트 설립 초기에 이성호 대표는 대체복무요원으로 디스트릭트에서 복무하면서 인연을 맺고 미디어 산업을 처음 접했다. 고된 공부끝에 회계사가 되는데 성공했지만 디스트릭트에서 접한 창조적이고 역동적인 미디어 콘텐츠의 매력을 그는 잊지 못했다. 결국 그는 2007년 안정적이고 미래가 보장된 회계법인을 떠나 다시 디스트릭트로 돌아왔다.

그런 그가 2016년 회사 대표 자리에까지 오르게 된 것은 안타깝게도 전임 대표이자 창업자가 2012년 극단적인 선택을 했기 때문이다. 창업자의 이런 극단적인 선택에는 여러가지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겠지만, 회사가 국내 미디어 콘텐츠 시장에서 끊임없이 겪어야 했던 불합리함과 억울함이 한데 어우러지며 절벽으로 내몰린 점도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디스트릭트는 16년간 회사를 유지해오면서 굴곡이 적지 않았다. 모든 콘텐츠 기업이 그렇듯 디스트릭트도 대기업의 콘텐츠 하청 작업을 하며 부당 갑질을 한두번 겪은 것이 아니었으며 피땀흘려 탄생시킨 콘텐츠를 헐값에 빼앗기다시피 넘기기도 했다.

산업을 육성하겠다면서 정부나 공공기관이 참 많이도 접촉해왔지만 콘텐츠 제작 현실을 전혀 모르는 '탁상행정' 공무원들이 쥐꼬리만한 예산을 지원하면서 갖은 참견으로 오히려 업무를 힘들게만 만드는 경험도 허다했다.

대형 사업 실패도 겪었다. 지난 2012년 일산 킨텍스에서 당시 벤처기업으로는 큰 규모인 100억원을 투자해 '실감형 콘텐츠 테마파크'를 열었다. 디즈니에서도 주목할 만큼 앞선 기술과 콘텐츠 실력을 보였지만 가상현실(VR)이나 증강현실(AR)을 이용한 소비자 대상 사업은 당시 국내에선 시기상조였다. 사업은 부진을 면치 못했고 창업자는 유명을 달리했다.

이성호 대표는 이 모든 과정을 담담하게 풀어냈다. 분노나 회한보다는 마침내 해답을 알아낸 듯한 '쿨한' 경지가 느껴질 정도다.

 

 

 

이성호 디스트릭트 대표. 2020.6.4/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크리에이터'를 '머릿수 세기'로 가격 매기는 韓 콘텐츠 산업

소프트웨어 업계에선 '고질병'이다 못해 케케묵은 과거의 정산 방식으로 꼽혀 퇴출 대상이 된 '맨먼스', '헤드카운팅'이 국내 콘텐츠 업계에선 아직도 만연하다.

맨먼스(Man/Month)란 프로젝트를 발주할 때 그 대가를 월별 투입 인력당 인건비로 산정하는 방식을 말한다. 헤드카운팅(Head Counting)도 비슷한 방식이다. '머릿수'에 따라 대가를 산정해 지급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창출물(Output)에 대한 가치를 매기는 것이 아니라 투입 인력에 대가가 좌우된다.

당연히 투입 인력의 학벌이나 경력 등으로 '가격 후려치기'가 이뤄지고 콘텐츠를 납품한 기업 입장에선 고용 유지만으로도 재정적으로 허덕이기 십상이다. 그나마도 프로젝트를 수주하지 못하면 만성 적자구조다.

회사를 유지하고 가족같은 크리에이터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프로젝트 수주에 동분서주 하던 시절도 있었다. 살아남기 위해 죽어라 버티던 시절이다.

한국 콘텐츠 시장이 변하기는 할까, 절망적인 생각이 들 때도 '그래도 우리 실력은 모두가 인정한다'는 자신감으로 버텼다. 이런 자심감을 소속 크리에이터들에게도 심어주려 애썼다. 이것이 디스트릭트의 문화라고 이 대표는 강조했다.

그는 "크리에이터가 만들고 싶은 콘텐츠를 마음껏 만들수 있도록 최대한 보장하는 기업문화를 창업자가 만들었다"면서 "이런 기업문화 덕분에 작은 기업이지만 실력있는 크리에이터들이 함께 회사를 지켜내고 있다"고 말했다.

전세계를 놀라게 한 '웨이브'도 그 자체로 '돈'을 벌려고 만든 콘텐츠가 아니다.

이성호 대표는 "미디어파사드라고 하는 실외 미술의 한 형태로 제작했고, 디스트릭트의 콘텐츠 기술력 '정수'를 담았다"면서 "우리의 실력을 보여주기 위해 뉴욕 타임스퀘어 전광판에 띄울 계획이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코엑스에서 전시를 시작했는데 운 좋게도 외신도 주목하면서 오히려 한국의 기술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미 디스트릭트는 국내 기업이 아닌 해외 제작자들과 손잡고 일을 하고 있다. 해외 기업들은 디스트릭트가 '작품'을 만들때 석사가 몇명이나 참여하는지, 몇개월 안에 프로젝트를 끝낼 것인지 관심이 없었다는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해외 기업은 디스트릭트가 만들어낸 콘텐츠의 완성도로 모든 것을 평가했습니다. 머릿수가 몇명인지는 그들의 관심사가 아니죠. 그리고 막대한 금액을 선지급하며 수준높은 실감형 콘텐츠를 제작하도록 투자를 아끼지 않았죠. 콘텐츠 생태계를 아는 사람들의 접근법이었습니다. 클라이언트(고객사)의 보고 회의를 위해 수백페이지짜리 기획서를 만들고 주말이건 한밤이건 하달되는 클라이언트의 '변경요청', 잊을만하면 한번씩 들먹이는 '납기일' 압박까지, 해외 기업들은 모두 없었습니다."

 

 

 

 

 

 

 

이성호 디스트릭트 대표. 2020.6.4/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아이러니하게도 해외 제작자들이 디스트릭트를 주목하자 역으로 국내 기업들도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다. 디스트릭트와 함께 할 수 있다면 해외 제작자들처럼 대규모 투자를 하겠다는 기업도 나타났다.

디스트릭트는 길고 좁고 어두운 난관을 통과해 세계 무대로 나가고 있지만, 국내 동종 콘텐츠 업체들은 여전히 같은 길을 걷고 있다. 서로 경쟁자이기도 하지만 왜곡된 시장구조 아래 실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비슷한 처지를 겪어낸 동지이기도 하다.

디스트릭트를 포함해 이들 국내 실감형 콘텐츠 기술력 또한 그야말로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이 대표는 자부한다.

그는 "시각적 표현에 있어서 우리나라만큼 섬세하게 디테일을 잘 살리는 나라가 없다"며 "국내 업계의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빛을 발하기 어려운 것 뿐이지 국내 크리에이터들의 경쟁력 자체는 충분히 있다"고 강조했다.

 

 

 


뉴스1 <뉴스커넥트>를 통해 제공받은 컨텐츠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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